뭐 이건 이런 거고,
존 카멕은 전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게임에서의 스토리란 건 뽀르노에서의 스토리와 마찬가지"
지금에서야 '천재님의 시대착오적인 코멘트'라고들 하지만, 사실 나는 딱히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스토리라는 게 아예(는 아니고 거의) 존재하지 않는 둠1, 2를 지금 해 보더라도(물론 jDoom 같은 걸로 마우스 지원하는 편이 좋음)
스토리 쩌네 어쩌네 하는 하프라이프1, 2보다는 훨 재밌는 것이다.
하긴 하프라이프2의 경우에는 총격전이 수준 미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라지만서도...
암튼, 말은 그래싸놓고 결국 둠3도 트렌드를 따랐달까, 별로 안 따랐달까.
사실 스토리 자체는 무지하게 단순하게 싸질러놨어도 확실히 스토리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한 일이고,
주목할 부분은 스토리텔링 방식이 시스템쇼크 내지는 바이오쇼크와 비슷하다는 점. 이 경우엔 시스템쇼크 쪽만 적용되겠군.
물론 퍼즐이라던지 초능력 따위를 써나가는 플레이는 아니지만 남아있는 음성기록을 확인하면서 시답잖은 미스테리를 해결한다던가,
박사놈이 중간중간에 위협적으로 뭐라뭐라 씨부렁거리는 광경이라던지.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좀 더 복잡한 이야기였다면 좋았겠지만, 물론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재미있기는 하다.
사실 둠3가 의외로 게이머들 간에 평이 나쁜 이유는 몇 가지 된다.
우선 어설프게 하프라이프를 따라한 흔적이 곳곳에 있다.
컨베이어벨트 타고 가는 여행이라던지, 탄광차(?) 타고 떠나는 모험이라던지 하는, 그다지 총질과는 어울리지 않는 짓거리도 그렇고,
암튼 이게 좀 부적절한 타이밍에 액션을 끊는 일이 많아서 '아 씨 이 부분은 좀 넘기지?' 하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는 것.
액션이 좀 어설퍼진 부분도 없잖아 있는데,
둠3의 경우에는 둠1, 2처럼 사방에서 적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실제로)코피를 쏟아가며 처치하는 맛을 기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무참히 져버렸달까.
액션으로 치자면 퀘이크2, 4 쪽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레이븐소프트(나는 이 회사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른바 스토리 및 연출이 트렌드인 요즘에는 평이 안 좋다)에서 만든 퀘이크4하고 비교해봐도 어설픈 점이 많다.
뭐 퀘이크4도 재장전의 압박이라는 슬픈 요소를 가지고 있는 한계를 드러내지만서도.
암튼 마법진을 그리면서 자주 텨나오는 애들이 아주 자코 투성이라서 꽤 쉽게 끝나는 맛이 있고, 좀 싸울 만한 놈들은 한두 놈 정도라 역시 허무하달까.
게다가 몬스터간의 개성이 아주 큰 편이 아니라 한두놈씩 찔끔거리면서 나오면 왠지 대강 비슷한 놈들을 처치하는 기분이란 말이지.
아 물론 그래도 끔찍한 부분은 끔찍스럽다. 그닥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빛나는 부분이야말로 둠3가 아직 매력적인 요소랄까.
사실 둠3은 어설프게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되도 않는 짓을 하다가 욕을 먹은 케이스긴 한데,
그래도 순수한 액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1, 2급은 아니어도 만족스러운 점수를 줄 수 있는 게임이다.
의외로 그래픽도 나쁜 게 아니다. 파크라이가 어쩌고 하면서 비교되긴 하지만, 적어도 실내에서의 광원 처리는 당대 어느 게임보다 뛰어났다(피어 등에게 금방 따라잡힌 건 좀 슬프군).
물론, 액션은 파크라이 따위가 범접도 못할 포스를 가지고 있긴 한데, 슬프게도 당시에는 액션성 자체의 하향 평준화가 좀 심각했던 시절.
지금이야 헤일로도 2편에서 개념 액션으로 탈바꿈했고, 기어즈 같은 것도 나오고 좋다고 아주! 둠4도 기대하겠어!